부산 여행 이야기 하나

부산 해운대에 갔던 지난여름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바다 풍경이야 말해 뭐 해요. 밤낮으로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리고, 해변 길을 걷다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더라고요. 그런데 바다 못지않게 만족스러웠던 게 먹거리들이었어요. 사실 해운대에는 워낙 맛있는 식당이 많아서 어떤 곳을 가도 실패하기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곳들을 몇 군데 꼽아 보려고 해요.

처음엔 도착하자마자 속부터 든든히 채워 보자 싶어, 유명하다고 소문난 해운대 원조할매국밥에 가봤어요. 뜨끈한 돼지국밥에 각종 양념이 어우러져서, 다른 도시에서 먹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구수함이 있더라고요[5]. 가격도 부담되지 않고, 언제 가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특히 부산 특유의 사투리가 찰지게 섞인 직원분들의 응대가 정겹게 느껴져서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곳은 미포끝집이라는 곳인데, 이곳은 해운대 끝자락 미포 부두 쪽에 있거든요. 바다가 바로 보이는 위치라 경치가 정말 멋졌고, 여기는 조개구이가 유명해서 주문해 봤는데, 싱싱한 조개들을 불판 위에 직접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했어요[1]. 바닷바람이 솔솔 부는 테라스 비슷한 자리에서도 먹을 수 있어서 여름밤 분위기를 만끽하기 좋았어요. 구울 때 나오는 조개 국물에 김치랑 밥을 함께 비벼 먹어도 별미였는데, 친구랑 둘이서 말없이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밀양순대돼지국밥이 맛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가봤는데, 점심시간 즈음에 갔더니 이미 줄이 꽤 길었어요. 그래도 금방 자리가 나서 기다리는 동안 큰 스트레스는 없었죠. 역시 부산에서는 국밥 하나만 잘 골라도 배불리 즐길 수 있구나 싶었는데, 여기 국밥도 꽤 얼큰하고 건더기가 푸짐해서 만족도가 높았어요[3]. 거기에 순대까지 곁들여 먹으니 든든함이 배가 되더라고요.

한편, 해운대에서 가볍게 간식처럼 먹을 만한 걸 찾는다면 고래사 어묵도 추천해요. 해운대점이 사이즈가 꽤 큰 편이어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갖춰져 있고, 종류도 정말 다양하거든요[3]. 바삭하거나 쫄깃한 식감의 어묵들이 색색깔로 진열돼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죠. 간단히 소스 찍어 먹기도 좋고, 어묵 우동까지 시켜 먹으면 가볍지만 든든한 한 끼로 손색이 없어요.

그리고 여름에 해변 놀다가 저녁에 좀 근사한 만찬을 즐기고 싶다면, 저는 THE PARTY 해운대도 꽤 훌륭했다고 봐요. 뷔페 스타일인데, 해산물부터 육류, 한식, 양식까지 다채롭게 준비돼 있어서 친구들이랑 취향대로 골라 먹기 좋았거든요[5]. 분위기도 깔끔하고 사람이 많아도 동선이 잘 나눠져 있어서 웨이팅이 그리 길지 않았어요. 빵 코너나 디저트 섹션도 충실해서, “배 터질 때까지 맘껏 먹고 오자”는 계획을 세웠다면 적극 추천이에요.

그 밖에 조용히 술 한잔 걸치고 싶을 때는 계영상회 같은 전통 한식 주점도 괜찮았어요. 해운대 중심가의 화려한 술집들과 달리, 여기서는 파전이나 막걸리처럼 정겨운 메뉴를 즐길 수 있거든요[1]. 개인적으로는 불고기 부추전이 꽤 맛있어서 맥주나 막걸리와 함께 가볍게 한잔하기 딱 좋았답니다. 오래된 골목 느낌도 살짝 나서, 부산의 옛 정취를 느끼고 싶을 때 가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해운대의 유명한 정통비지니스룸싸롱인 해운대고구려와 몇년전에 새롭게 오픈한 해운대그랜드 룸싸롱도 한번쯤 방문해 볼만합니다.

또 해산물 하면 문득 떠오르는 게 낙지볶음이나 낙지탕인데, 제 친구가 100세낙지(Century Octopus)도 대단하다길래 curiosity에 가봤죠. 여기 낙지 요리들이 얼큰하면서도 해물이 실하고, 마무리 볶음밥까지 아주 든든하게 즐길 수 있었어요[1]. 땀 뻘뻘 흘리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매콤함이 일품이었고, 해운대 근처라 접근성도 꽤 괜찮은 편이었어요.

면 요리를 좋아하신다면 여름에 시원하게 춘하추동 밀면 한 그릇도 추천하고 싶어요. 고기 육수를 오래 고아 낸 국물에 약간의 약재를 썼는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독특하더라고요[3]. 입맛이 별로 없던 날에도 이 집 밀면은 술술 들어가서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살짝 달달하면서 새콤한 양념이 척척 달라붙는 비빔밀면도 도전해 볼 만했어요.

사실 해운대에서만 뭐든 다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맛집이 즐비하지만, 그래도 여러 군데 옮겨 다니면서 시도해 보는 재미가 더 큰 것 같아요. 낮에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모래에 발을 묻고 뛰놀다가, 저녁 무렵에는 근처 골목 맛집을 찾아다니며 부산만의 활기차고 정겨운 분위기를 맛보면, 진짜 여행을 제대로 누린 느낌이 들거든요.

여름밤에는 거리 공연을 하거나 버스킹을 즐기는 모습도 많이 보이니, 밥 먹고 간단히 산책하거나 맥주 한 잔 사 들고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듣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해운대의 묘미예요. 특히 주말이면 더 사람도 많고 분위기도 무르익으니, 혼자든, 친구들이랑 함께든, 혹은 연인이랑 오든 누구나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돌이켜보면, 해운대는 바다만 좋았던 게 아니라 먹거리 천국이기도 했어요. 갈 때마다 새로 생기는 가게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늘 끊임없이 손님을 맞이하는데, 어느 곳을 가도 큰 실망은 없었답니다. 이번에 소개한 곳들은 제가 지난여름에 직접 가서 괜찮다고 느낀 식당들이라, 혹시 해운대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한두 군데쯤 체크해 두었다가 들러보시길 권해요. 각기 다른 개성과 맛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많으니, 본인 취향을 우선해 선택하면 더욱 만족스러운 식도락 여행이 될 거예요. 여름 해운대의 뜨거운 햇살,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했던 그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전해 드리고 싶었어요. 이번 해운대 여행에서도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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